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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일·생활 균형 수기·영상·캐릭터 공모전 [장려상-김OO]

  • 등록일
    2025-08-13
  • 조회수
    661

 

 

회사는 나의 두 번째 가족이었다


 부산에서의 첫 자취방. 외진 ‘녹산’에 있는 첫 회사를 위해 자취를 시작했다. 두근거리는 설렘으로 문을 열었지만, 그 문은 곧 외로움이라는 거대한 벽이 되었다. 처음엔 무엇이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가 마냥 좋았다. 먹고 싶은 걸 먹고, 보고 싶은 걸 보며, 퇴근 후엔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이 펼쳐질 줄 알았다. 

 

 그러나 자유의 달콤함은 이내 쓸쓸한 외로움으로 변색되었다. 함께 웃고 떠들던 친구들이 빠진 낯선 도시의 착륙은 단지 회사가 가깝다는 것 외에 아무런 위안이 되질 못했다. 사회초년생이 맞닥뜨린 새 지역에서의 생활은, 철부지의 앞선 예상에 비해 무겁고 버거웠다. 새로운 업무와 문화의 적응은 매 순간이 시험 같았다. 누가 나무라지 않아도 사소한 실수 하나하나에 주눅이 들었다. 

 

 즐거워야 할 퇴근이었지만 문을 열면 펼쳐지는 공단 풍경이 나에게는 숨막히게 느껴졌다. 저녁을 함께 할 이도, 하루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털어놓을 이도 없는 외로움에 가족들과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이 한 없이 밀려들었다. 그들의 빈자리는 생각보다 훨씬 컸다. 불 꺼진 방, 나를 기다리는 건 차갑고 깊은 정적뿐이었다. 입사 초, 정신없이 업무와 회사에 적응하기 바쁜 나날들이 펼쳐졌다. ‘잘 해내야지!’ 호기있는 다짐은 어느새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외면해보지만,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밤마다 신경성으로 배가 뒤틀렸고, 숨이 막혀 잠에서 깨는 새벽이 이어졌다. “적응기일거야, 누구나 처음엔 다 그래.” 단순하게 넘기기에는 이미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첫 출근의 호기는 온데간데 없이 긴장으로만 둘러싸인 사회초년생은 업무도, 직장 내 동료와 상사들도 모두 어려웠다. ‘나만 적응을 못하는 건가, 나에게도 적응하는 날이 올까.’ 자꾸만 작아지는 나를 붙잡는게 버거웠다. 서투름에서 시작된 작은 실수들은 어느덧 나를 가시처럼 찌르고 있었다. 사회초년생이라면 누구나 서툴겠지만, 나만 유난히 일을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매일 들었고, 민폐라는 생각에 쥐구멍에라도 들어가 숨고 싶었다. 남들에게 피해만 주고 있다는 생각은 계속 나를 따라다니며 스스로 힘들어할 자격조차 없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나 자신이 너무나 한심했다. 이런 내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준 건 다름 아닌 회사였다.

 

 어느 날, 본부장님께서 조용히 회의실로 부르셨다. “요즘 많이 힘들지 않아? 얼굴이 반쪽이 되는 거 같아.” 따뜻한 말 한마디에, 꾹꾹 눌러 담았던 눈물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숨죽여 울던 내 어깨를 토닥이며 본부장님은 나직이 말씀하셨다. “우리 회사 유연근무제 하고 있잖아. 선배들 봤지? 이제 일도 좀 적응한 거 같으니 잘 활용해봐.” 그렇게 활용하기 시작한 유연근무제. 하루의 시작을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으로 쓸 수 있게 되었다. 아침에는 요가를 다니며 굳어있던 몸과 마음을 부드럽게 이완시켰다. 매일 아침 매트 위에서 호흡에 집중하고 몸을 움직이는 동안, 엉켜있던 생각의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는 것을 느꼈다. 땀방울과 함께 불안감도 흘려보내고 나면, 잊었던 웃음이 조금씩 얼굴에 퍼져나갔다.

 

 유연근무제는 단지 ‘시간’이라는 선물만이 아니었다. ‘관계’라는 소중한 연결고리까지 선물해 주었다. 녹산에서 시내까지 편도 1시간 30분이나 걸리는 거리 때문에 평일 저녁 약속은 꿈도 못 꾼 나에게 친구들과 함께 수다를 떨고 영화를 볼 수 있는 여유를 주었다. 그토록 그리던 평일의 생기가 나에게 다시 왔다. 소중한 회복의 시간이었다. 우리 회사에는 매달 셋째 수요일, 자기계발의 날이라는 특별한 복지가 있다. 이 날에 평소 관심 있었던 사내 야구 동호회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동호회 사람들과 함께 야구 경기를 직관하러 가는 날이면, 꽉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시원함을 느꼈다. 멀게만 느껴졌던 동료들과 야구의 희로애락을 나누며 소리 지르며 응원하는 순간, 비로소 단단한 소속감이 나를 다부지게 감싸는 따스함을 느꼈다.

 

 회사는 내게 단순히 시간을 준 것이 아니었다. 지쳐 쓰러져가는 한 사람을 ‘사람 대 사람’으로 존중해주고 배려하는 경험을 오롯이 주었다. 그 배려 속에서 신입사원 김소율의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준 회사에 깊은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회사는 기꺼이 나의 ‘두 번째 가족’이 되어주었다. 이 말을 그저 듣기 좋은 수사가 아니다.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 그 시간들 속에서, 나는 진심으로 이 문장을 떠올리게 되었다. 차갑게만 느껴졌던 회사는 나에게 가장 따뜻한 울타리가 되었다. 그 덕분에 오늘도 나는 힘찬 발걸음으로 출근길에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