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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일·생활 균형 근로자 우수사례 수기 공모전 [장려상-방OO]

  • 등록일
    2023-12-12
  • 조회수
    271

시공간을 뛰어넘는 인터스텔라 근무제

 

“방과장... 우리 사업실에서 나랑 같이 일해 볼래?”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는 말이 이런 말일까? 내가 모셨던 실장님께서 다른 사업실로 가신 후, 약 1년 만에 전화로 사내 스카웃 오퍼를 하신 것이다.  회사생활에서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으로 인정받는다는 건 너무나 기쁜 일이지만, 나는 대답을 망설일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정부기관 지방이전에 따라 우정사업정보센터 관련 사업부인 우정정보화지원실은 전남 나주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잠깐 주저하는 사이 실장님께서 말씀을 이어 가셨다.

“집이 서울인데 나주에서 상주하면서 근무하자는 건 아니고, 서울 본사에서 우리 사업실 사업관리 업무를 맡아주면 어떨까.  코로나 때문인지 덕분인지 재택근무도 도입되는 마당에, 본사에서 내부 업무망으로 문서처리하고, 전화와 이메일로 업무협의하면 큰 어려움을 없을 것 같거든”

여기까지 듣고서 난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네. 실장님께서 부르시는데 같이 해야죠”

  회사 일이라는 게 일보다 사람이 우선이지 않은가.  대면업무방식이 익숙하고 공공기관으로써 보안에 철저한 우리 회사에서 그렇게 나는 우리 회사에서 시공간을 넘나들면 근무하는 ‘인터스텔라 근무제 1호’가 되었다.

 

“허니!(난 남편에게 부탁할 일이 있거나 어려운 말을 꺼내야 할 땐 이렇게 부른다) 이실장님이 같이 근무하자시는데 그런다 했어.  서울에서 나주 사업실 사업관리 업무를 하는 걸로”

  남편에게 상의도 하지 않고 수락을 한 상황이라 난 좀 주저하면서 말했지만 남편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그래.  부서 소속감은 좀 덜 할 수도 있지만, 같이 일하자는 상사가 있다는 건 좋은거지. 자기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한거면 조용히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은 점도 있어.  그래도 가끔 출장은 가야 하는 하지?”

  IT회사를 다니는 남편은 이미 원격근무, 재택근무, 스마트워크센터 등이 도입되어 이런 상황에 대해 크게 놀라지 않았다.  그리고, 남편은 15년 전 엄마 육아휴직도 정착되기 전이라 나도 회사분위기에 쓰지 못한 육아휴직을 본인이 아빠 육아휴직을 쓰며 아이들을 돌봐준 든든한 지원군이기도 하다.

 

“엄마. 제가 소속이 나주의 사업실인데, 근무는 본사에서 할꺼예요.  대신 한 달에 한번 정도 나주 출장을 갈 수 도 있어요.  당일이나 1박 2일 정도”

  현재 난 친정엄마를 모시고 살며, 살림을 의지하고 있다.

“느그 언니는 코로나 터지고 회사가 아예 자리들을 다 없애 삐고 몇 년째 집에서만 일해도 되더마는 니는 출장을 가는 기가?”

  언니는 일본에서 IT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회사가 임대료가 비싼 도쿄의 사무실을 줄여 스마트워크센터로 바꾼 후, 전 직원이 재택근무만 하고, 가끔 회식 때나 회사에 모여 직원들 얼굴을 본다고 한다.

“저 혼자만 떨어져 근무해서 가끔 가는 거예요.  사업이 안정화 되면 자주 가지는 않아요.  걱정 마세요.”


  그렇게 가족들의 응원과 회사의 지원으로 나는 어느새 원격근무 3년차가 되었다.  원격근무를 하는 동안에 가족이나 내가 코로나에 걸리면 재택근무로 전환하기도 하고, 집에 일이 생기면 유연근무제도 사용하고, 동료나 상사와 휴가나 병가 등이 맞물려 즉시 진행이 어려운 일들은 이메일로 시차를 두고 소통하며 일과 생활의 균형을 잡는 인터스텔라 근무제를 이어와 어느새 회사에서 중견사원인 20년차 커리어우먼이 되었다.


“언니.  제가 코로나 끝나고, 오랜만에 해외 컨퍼런스 출장을 가는데 애들 좀 주말에 봐줄 수 있어요?  평일에는 엄마한테 부탁하는데 주말에는 엄마가 일이 있다고 하셔서”

  외국계 제약회사 아시아지부 총괄을 맡고 있는 시누이는 국가라는 공간의 한계와 시차라는 시간의 한계까지 넘어 업무를 해온 25년차 원조 인터스텔라 근무자이다.

  “시차 때문에 회사에서 밤늦게 회의 하다가, 코로나 재택해서 집에서 회의해서 편하다 하셨는데, 그래도 오랜만에 동료들 얼굴보는 해외출장이 반가우시겠어요.  애들 걱정 말고 잘 다녀오세요.”


  내가 우리 회사 인터스텔라 근무제 1호가 되는데 망설임과 주저함이 순간뿐이었던 건 아마 내 주위 가족들이 이미 다양한 형태의 원격근무를 하는걸 봐 왔고 서로 도움을 주며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개인상황에 맞는 근무형태로 열심히 일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정부, 가족의 직장생활을 이해해주고 서로 돕는 가족, 다양한 근무 제도를 정착시켜 주는 회사와 동료의 지원이 활성화 되어 우리나라의 수많은 직장인이 누구나 일과 가정생활을 균형있게 영위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본다.


“방실장님. 요즘 누가 일이냐 가정이냐 그런 걸 고민해요. 인터스텔라 근무제 도입된 지가 언제인데...”

이런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