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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생생 후기

2023 일·생활 균형 근로자 우수사례 수기 공모전 [우수상-안OO]
등록일
2023-12-12
조회수
943
내용

며늘아가, 그래서 회사는 언제까지 다닐 거니?

 

"축하한다 며늘아가, 

그래서 회사는 언제까지 다닐 거니?"


 임신을 알게 된 그날, 새 생명의 감사와 걱정이 교차하는 날이었습니다. 시부모님께 기쁜 소식을 알려드리고자 한달음에 달려갔습니다. 작디작은 아기 사진을 보여드리며 함께 기뻐했던 순간도 잠시 "축하한다 며늘아가, 그래서 회사는 언제까지 다닐 거니?" 하시는 시아버님의 말씀에 말문이 턱 막혔습니다. '아버님, 요즘 그런 세상 아니에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잠시 스치는 회사에 대한 고민을 외면하기 어려웠습니다.


 한국잡월드라는 곳에서 어린이, 청소년의 직업 체험을 운영하는 강사로 일한 지 어느덧 5년이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아이들을 마주하며 나도 언젠간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주 6일에 휴일 근무가 일상인 우리 회사와 대한민국 워킹맘의 현실은 저도 잘 알고 있기에 금세 체념하곤 했습니다.


회사에 임신 소식을 알리게 된 첫날, 걱정을 산처럼 안고 있던 제 마음과 달리 "너무 잘됐다. 지금 몸은 괜찮아? 선생님 닮으면 너무 예쁘겠다!" 이렇게 축하받아 본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기뻐해 주고 응원해 주는 상사분들이 제 곁에 있었다는 걸 보았습니다. 울컥 눈물을 흘려주는 분들을 보고 저는 더 감동을 한 날이었습니다. 


우리 회사에는 "당장 오늘부터 단축근무니까 바로 퇴근하세요, 근무 파트는 임산부가 원하는 곳으로 선택해서 바꿉시다." 하는 파트장님, "우리 회사는 태아검진휴가 하루를 줘요!." 알려주시는 워킹맘 매니저님이 계셨습니다.


그날 이후 임신기 단축근무, 태아검진휴가, 임산부 쉬운 근로로 전환, 육아휴직, 초과근로 금지... 모두 알지만 선뜻 행하기 어려운 산이었던 워라밸과 근로기준법이 내 힘이 되었습니다.


바쁜 업무를 맡아 하던 저는 직원 모두의 배려로 여유로워진 환경에서 근무하게 되었고 단축근무를 하면서 내 몸을 조금 더 챙기며 가족과 시간을 더 보낼 수 있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이 있으면 언제든 병원에 가볼 수 있었고 항상 업무분배는 철저히, 주말 출근은 제로가 되었습니다. 회사가 이제 어린이집 보육료도 지원한다고 하니 출산이 더욱 기대되는 날들입니다. 


모든 것이 회사의 상사분들과 동료들의 축하와 응원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일입니다. 앞장서 워라밸을 외쳐주고 흔쾌히 내 업무를 나누어 맡아준 동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첫 임신이라 모르는 부분이 많았던 저에게 임신기 근무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시고 자기 일처럼 발 벗고 도와주신 상사분들이 없었다면 걱정에 갇혀 가족을 꾸리는 것에 대한 기쁨과 소중함을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 수기를 빌어 회사 모든 분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가정의 건강함으로 얻게 된 삶의 활력과 에너지로 일의 보람을 더욱 느낄 수 있었고 내년 1월에 태어날 아기도 무탈하게 잘 커가고 벌써 임신 6개월이 되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중에도 힘차게 태동하고 있습니다. 이젠 아기 초음파 사진을 동료들에게 보여주며 서로 기뻐하는 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과 같이 함께 기뻐하며 나 혼자가 아닌 회사와 함께 아기를 키워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워킹맘도 더 이상 꿈같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내 회사의 지원과 배려가 내 가족의 힘이 되어줄 수 있다는 걸 느꼈기 때문입니다. 임신하면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는 게 수순이라고 말씀하시는 시아버님께 이제는 당당히 말할 수 있습니다. "아버님, 저는 회사와 함께 아이를 키울 거예요!". 


우리 회사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직업 체험을 하는 곳이다 보니 내 아이가 어린이가 되었을 때 "여기가 엄마 회사야! 멋지지 않니?"하며 보여주고 싶습니다. 아이의 꿈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소중한 경험이 될 엄마의 회사, 그날이 기대됩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에는 아직도 워라밸과 근로기준법이 지켜지지 않는 현장들이 많습니다. 항상 가정이 바로 서야 회사와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입니다.